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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2). 한국行을 결정한 이유와 다짐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4. 5. 5. 08:00
한국行을 결정한 이유와 다짐
▼ 저와 가족의 한국행을 응원해주세요 ▼
먼저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이야기를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는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 썼었는데,
생각치도 못했던 많은 분들이 댓글 등으로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몇몇분들은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며 말리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건 제 지인들 중에도 많이 있었구요. 그래서 이 글도 쓰게 된 거에요.
이런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생각도 정리하고, 다시 한번 다짐해보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포스팅도 올리고 블로그도 운영할거에요! 행복하게 잘~사는 모습 보여드릴께요! 너무 사랑하는 여러분도 모두 행복하세요!
현재 다니고 있는 일본 회사의 계열사로 한국, 그것도 광주에 글로벌 지사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우연하게도 작년 말, 회사 망년회. 사장님이 살짝 한국 지사이야기를 하더니, 알고 봤더니 내 출신지인 광주라는 것.
고향이 광주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 쪽에서도 일본에서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생각있냐고 넌지시 물으신다.
사실, 당시 나는 프로그래머로 전직을 고려하고 있던 중이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남긴채 넘겼었다.
얼마 후, 동경 쪽 프로그램 회사에 이직 확정이 되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예상밖 아내의 반응.
"난...도쿄보다 한국이 더 나은 거 같아"
나고야에서도 조금 떨어진 지역 출신. 시(市)지만 주변 풍경이나 거리상으로나 시골과도 같은 곳에 지내서일까. 도시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아내였다.
난, 아이 교육이나 우리 생활에도 큰 도시가 낫겠다 싶어 그런 결정을 했었는데....정말 예상 밖이었다. 일본의 동경보다도 타국인 한국이 낫다니...
충분히 아내와 상담을 한 뒤, 사장님께 의사를 전달하고 한국 지사로의 발령(이직?) 추진을 부탁드렸다.
4년여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내가 한국行을 택한 몇가지 이유와 나의 다짐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하나, 이미지와 느낌이 좋다.
사장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후, 한국 지사쪽에서 센터장님이 직접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의 업무에 대한 업무 파악과 분석, 정보 수집 등의 목적을 겸해 방문했고, 직접 나도 만나게 되었다.
그 분과 한국 회사 이야기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참 사람이 솔직하고 편하면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난 회사를 선택할 때, 당연히 앞으로의 비전이나 일의 성취도, 업무 조건 등도 보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회사내 분위기이다.
직장 상사나 직원들과 트러블을 일으키며 찜찜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 8시간씩 일을 한다는 건 고통이라는 걸 잘 알기에...
기왕 모두 힘든 일하는 거, 기분 좋게 일하며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
이 분과 함께라면 다른 건 몰라도 쾌적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날 한국...아니 이 회사로 입사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둘, 타이밍이 맞았다.
사실 그간 고민이 좀 많이 있었다. 어떤 고민이냐면, 장남...아니 장손으로 해외 일본에 와 있는게 항상 죄송스러웠다.
그걸 믿고 허락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지만, 불효를 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늘 들었다.
게다가 시아가 태어나면서 그런 느낌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문득, 시아 출산하던 날이 생각난다.
약 30시간의 진통 끝에 겨우 시아가 태어났다. 산통시간이 이렇게 길었다는 건 한참 뒤에 부모님께 말씀드렸었지만, 어느날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아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엄마가 옆에서 돌봐주고 했어야 했는데...미안하고, 고맙다...ㅠ"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홀로 고생을 하셨던 어머니는, 자신의 며느리가 출산을 할 때는 꼭 돌봐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또 하루는, 일주일에 2번쯤은 한국집에 영상통화를 하곤 하는데, 시아가 일찍 자버리는 바람에 약 2주일만에 전화를 드렸던 적이 있다. 그러자,
"시아가 많이 커버렸네~ 할머니 잊어버린건 아니지? 저번에 왔을 때 할머니가 엉덩이 두들겨 주던거 기억하지? 다음엔 언제 올꺼야? 너무 보고싶다. "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죄송해지는 마음. 외국에 사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솔직히 이주를 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에 간다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이 아닐까?
혹시, 기억을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일본으로 돌아오더라도 한번쯤은 한국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셋, 더 강해지기.
새롭게 지사가 설립되고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일본 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에 맞춰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난 회사에서도 신생 기업에서 함께 성장해간 적이 있어서 그 어려움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과 성취감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난, 이 일을 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가겠지, 그리고 더 강해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안정적이길 바라는 우리 부모님이나 아내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성향의, 다소 독단적인 결정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게 좋고 또 믿고 싶다.
그리고, 난 더 강해지고 더 성장하고 싶다.
또, 나 뿐만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도 더 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전형적인 배려의 아이콘 '일본 여성'이다. 왠만하면 참고, 숨기고, 속에 담아두며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는 그런 일본 여자이다.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정(情)도 많아서 혹여 사기를 당하지나 않을까 항상 걱정이 된다.
그런 아내가 무법지(?) 같은 한국 아줌마들 사이에서 더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한국 아줌마들~ 우리 아내 좀 강하게 키워주세요~ ^^
넷, 한국과 한국어 가르치기
지난 블로그에서도 종종 이야기를 하곤 있지만, 항상 아이 시아의 한국어 교육이 고민이다.
재일 한국인이나 해외 동포, 친구나 지인들에게 물어가며 방법을 연구하고는 있지만, 역시 일본에 사는 초보 아빠로써 한계를 많이 느낀다.
'혹시 시아가 한국어를 전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우리 가족들과 대화도 못 나누는데? 게다가 한국인인걸 싫다고 하면?'
항상 잘 할거라며 응원해주고 조언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초보아빠로써 늘 고민이고 걱정이 된다.
'아이에게 한국을, 그리고 한국어를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았다.
꼭 한국을 가야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더 쉽고 빠르게 가르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조건이 만들어져서 이 기회를 꼭 잡고 싶다.
한국에 있는 동안 시아에게, 그리고 시아 엄마에게 좋은 한국의 모습과 한국어를 더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다섯,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자.
모든 결정을 내려놓고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하는 일인지...후회하지 않을지.... 확신은 없다.
난 지금까지 대부분 나의 결정에 대해 자신을 갖었고, 후회를 하지 않았다. 그 중에는 분명 잘못된 결정도 있었겠지만, 난 내가 내린 결정이 옳았다고 믿고 싶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아니 달라졌다. 이유는 역시 가족일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일본인 아내와 이중국적의 아이, 그리고 가족.
혼자만을 위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없다. 난 지금까지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어떤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도 나를 위한 결정을 해왔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결정을 해야하는 자리, 가장이라는 자리에 서 있다.
이번 결정을 하면서 난 내 가족에 대해 무지(無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결정을 위해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몰랐던 점을 많이 알게되었다.
또, 시아에 관한 육아나 교육에 대한 부분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난, 정말 많은 것을 몰랐다.
세상을 살고 있는 많은 아버지들이 그럴 것이다. 사회에 대해서는 아내보다 더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가족에 대해서는 아내(아이 엄마)보다 모른다.
뒤늦게 가족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 했지만, 한국행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가 아닌 '가족'을 위해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난 앞으로 이 결정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다른 어떤 걸 결정해야할 때 '가족'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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