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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저도 똑같은 나쁜놈이었습니다 - 이제는 피해자 가족을 돌볼 때[해피빈 모금]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4. 4. 22. 08:00
세월호, 저도 똑같은 나쁜놈이었습니다 [네이버 해피빈 모금]
▼ 피해자 가족을 응원해주세요 ▼
이 글은 글 번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번에 올린 글들보다 조금 빠릅니다. 지난 세월호 이야기보다 사실 이 글을 먼저 썼었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7일 경 이 글의 초고를 작성했었습니다. (본문의 상단에 있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나'에 관한 내용, 본내용은 수정 및 추가된 상태)
그리고 이 글을 올릴까 말까 무척 고민했었습니다. 나쁜놈 소리 듣고 욕을 먹는거 아닐까 하구요.... 두려웠습니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 기부활동의 알림을 위해 속죄의 의미를 담아 제 마음의 소리를 블로그를 통해 하기로 했습니다. 저로써는 큰 용기였습니다.
송고하기를 누르면서도, 이게 잘 하는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두렵기도 합니다만,
이 글을 보고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분들이 반성을 할 수 있고, 또 기부활동이나 피해자 가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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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건은 일본에서도 뉴스 속보, 한국에 특파원 파견을 할 정도로 이슈가 됐습니다.
사건 발생일에 저는 쉬는 날이었는데, 일본과 한국 뉴스를 번갈아 보면서 구조 작업의 실황 정보를 계속 살펴봤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 일본 뉴스에 나온 보도 기사를 본 직장 동료가 걱정스러운 말로 묻더군요.
뉴스에 나온 사고 발생지역이 저번에 제가 말한 고향과 가까운 거리라서 깜짝 놀랐다며, 모두 괜찮냐고 묻더군요.
저는 순간 머뭇 거리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응 괜찮아. 사고 지역은 한국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지만,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선이라서 우리 가족들과는 상관없어. 괜찮아...고마워..."
그리고, 일본에서 연일 보도되자 걱정이 됐는지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으로 일본인 지인, 친구, 한국어 학생 등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괜찮냐며, 집이랑 가까운 곳 아니냐며...또 모두에게 똑같이 '집이랑 가까운 곳이지만 우리 가족들은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죠.
전 참 나쁜 놈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 일이 아니라고 '괜찮다'니... '나만 아니면 괜찮아'라는 이기적인 생각.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못된 생각을 했던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속죄의 의미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서
세월호 사태에 대한 현재 상황을 외신 등의 뉴스를 보게 되고 정보를 얻게되고, 그리고 불만을 갖게 되고...
그렇게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제 나름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글을 올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블로그에 일본 생활 뿐만아니라 제 생각이나 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많이 적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제 자신에 대한 반성과 속죄의 의미로 정말 정성껏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언어 선택에도 주의하며...
그래서 아마 하나의 글을 올리는데, 지금까지 1년 가까이 블로그를 하면서 올린 600여개의 글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걸려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똑같은 놈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나와 내 주변을 먼저 걱정하는...
하지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속죄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
많은 방문자가 있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알리자 라는 생각에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공감해주시고 함께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과, 처음 사고를 접한 저처럼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의 글을 보고 들었습니다.
사고 소식을 보고 듣고 수집하면서, 조금이나마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제 가슴속엔 응어리가 맺힌 것처럼, 뜨끈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무언가를 블로그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저도 앞으로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제 자리로 들어가, 블로그에서 제 역할을 하고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 글을 통해 마음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 말하는 것 이외에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알아봤습니다.
혹자는 위선자라 말하거나 푼돈이라 취급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네이버에서 해피빈 기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하고 있는, 여객선 '세월호' 피해 지원.
4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목표금액 3억을 목표로 모금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제가 아는 지식들을 가지고, 답변을 해왔는데 답변을 하면 해피빈 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해피빈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콩은 1개당 100원으로 네이버 캠페인으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실제 현금을 핸드폰, 신용카드 등으로 환전해서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하셔서 시작한지 1주일도 안되서 약 7만명이 참가하고, 목표 금액의 절반 이상이 채워졌습니다. 이런걸 보면 참 훈훈한 세상입니다.
저는 비록 무료로 받은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그 분들께 힘이 되고 싶습니다. 혹시 생각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참여 부탁드립니다.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 : 여객선 '세월호' 피해 지원
꼭 네이버 해피빈이 아니더라도, 피해자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겁니다.
금액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내용을 올리는 것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해피빈 모금은 단적인 예일 뿐, 모두에게 피해자 가족을 생각해주고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대규모 사건에서 대부분의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들, 구조대원 등은 마치 자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 등이 생명을 잃은 것처럼 정신적 쇼크에 빠진다고 합니다.
이들 증상들은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대개 호전되지만,
한 달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행되어 문제가 만성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단원고 교감은 이런 쇼크 상태를 겪다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합니다.
“모든(수학여행) 일은 내가 추진했고 책임을 통감한다. 내가 발견되면 제자들이 숨진 해역에 화장을 해 뿌려달라”
생존자나 유가족, 실종자 가족중에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이제 그들을 보살필 수 있게, 그들을 위해 지원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학회에서는 부모나 주변에서 해주어야 할 일로 다음과 같은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애도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아이가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겪어 나가도록 돕는다.
▲자신의 슬픔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애도 과정을 부모와 함께 한다.
▲아이들이 2차적인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또한 소문, 학생들의 모임, 미디어에 노출 등을 지도 감독해야 한다.아이들을 위해 이글의 댓글 뿐만 아니라, 언론사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글을 작성하실 때는 최대한 주의하셔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모두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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