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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혈혈단신 일본으로, 집안을 세운 재일교포 할아버지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4. 2. 25. 08:00
한국 전쟁 당시, 홀로 일본으로 밀항해 집안을 세운 재일교포 직장 동료의 할아버지
지난 글에서 잠깐 소개한 적이 있지만, 우리 회사엔 재일(在日) 교포가 두분 계십니다.
한명은 무척 당당하게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고 말도 걸어오고 하지만, 다른 한명은 무척 소극적이고 숨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어쩌면 성격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둘이 너무 상반된 모습을 보인답니다. 지난 번엔 이 친구에게 한국 전쟁(6.25 전쟁)을 테마로 한 영화를 추천 받아 읽기도 했었답니다.
그 당당한 재일 한국인 동료이자 친구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일본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건, 다른 부서 사람들과 별로 사교적이지 못하다는 것.
일본인들의 개인주의 적인 성향 때문일까, 업무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른 부서 사람들과는 회사내에서 마주쳐도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정도...
한국도 업체에 따라서는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일본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른 부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게 한국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날, 제가 있는 한국어 팀에 한 청년이 왔습니다.
"저기...여기가 한국 팀이죠? 반갑습니다. 한국인 '이양선' 라고 합니다'
저는 새로 우리 한국어 팀에 사람이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봤더니 그 친구는 미국 LA에 유학을 한 경험을 살려 영어팀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부서도 다르고 게다가 사무실도 조금 떨어져 있는데, 한국어 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쪽에 인사를 온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름의 가운데 글자 '양'을 따서 '양상, 양군, 양' 이라는 닉네임(별명)을 사용하는데, 한국인이 같은 회사에 있다는게 무척 반가워 인사를 왔다고 했습니다.
그 후, 식사때도 자주 인사를 하다가 술 약속을 잡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답니다.
그 친구는 재일 한국인 3세로, 외할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 당시에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몰래 올라탔다고 합니다.
이유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몰래 올라탔다고 합니다. 그 때 할아버지의 나이는 15세의 중학생.
배에 몰래 올라타고 나중에 봤더니 2살 아래의 여동생도 오빠 따라간다며 무작정 배에 올라타 있더랍니다.
동생이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몰래탄 배에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둘은 처음 일본 오사카에 밀항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어도 할 수 없어 무작정 몸으로 하는 일부터 닥치는대로 했다고 합니다. 구두닦이, 이삿짐, 택배, 물건 나르는 일 등등...
그렇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18세 성인이 되었을 무렵에는 일본 무역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열성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인정을 받고, 직책이 오르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게 되자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데리러 한국으로 갔대요.
그 때, 한국에 계시던 외할아버지의 가족들은 하루 밥을 한끼만 먹을 정도로 무척이나 빈곤한 상태여서 서둘러 일본으로 모셔왔다더군요.
당장 어렵게 살고 있는 가족들을 다 데려오긴 했지만, 당신의 처음 모습처럼 일본어를 사용할 수 없는 가족들이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가족을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힘드셨겠구나 생각은 되지만, 그 어려움이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겠지요. 당시라면 '조센징' 이라고 하면서 한국인, 조선인에 대한 차별도 심했을텐데...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는 적극적이고 성실한 모습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자 인정을 받고 직책이 올라가면서 회사에서 여러가지 기술도 배우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무역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셨다고 하더군요.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집안을 세우신 셈이죠. 정말 대단하시죠! 그래서 동료인 '양상'도 외할아버지를 무척 존경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분을 흔히 책이나 TV에서 보고 들은 적은 있지만, 정말 제 주변 이렇게 가까운 곳에 계실줄은... 깜짝 놀랐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인 할아버님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 지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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