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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일본인 며느리의 '시아버지, 기분 나빠요'우리 이야기/가족 이야기 2014. 4. 16. 08:00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제 아내는 일본인입니다.
처음 부모님께 '결혼 하겠습니다' 하고 소개했을 때는, 그 전 일본인 여자친구에 대해 면역이 생기신 탓일까(이건 여기서만의 비밀이에요~) 크게 동요하진 않으셨지만,
그래도 장남인 아들이 외국인 며느리와 결혼을 하겠다니 살짝 걱정이 되신 듯한 느낌이었죠. 그 엄하디 엄하시고 무뚝뚝하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잘 생각하고 결정한거지? 네가 좋다면 우리도 반대는 안한다. 네가 좋다고 결정한 여잔데..."
뭔가 애매모호한 대답이지만, 승락을 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사실, 그 후로 아내와 관계가 서먹서먹하고 무뚝뚝하실 줄만 알았던 아버지는, 우리 아이 시아가 태어나고부터 180도 변하셨어요.
아내도 많이 노력했죠. 시아 사진을 찍어서 저희 부모님께 보내드리기도 하고, 선물도 보내드리고, 저 없을 때도 화상전화도 하구요 ㅎㅎ2013/07/23 - [우리 이야기/가족 이야기] - 【생신】부모님 생신 때 일본 며느리가 한 이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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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못하지만, 그냥 아이를 보여드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거나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점점 관계가 좋아지고...(나빴던 적도 없지만 ㅋ) 이제는 둘이서 제 험담을 나누실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얼마전, 아내는 저 없을 때 시아버지와 화상 전화를 하던 중에 갑자기 배가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도 전화를 하고 있으니까 말을 못했다고 합니다.
시아버지인데 화장실 간다고 하는게 창피하기도 하고, 또 서툰 한국어로 돌려서 말할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참았답니다.
시아를 예뻐하시는 시아버지 모습에 전화를 못 끊고 10시간과 같은 10분 정도가 지났더니 얼굴색이 안좋아졌는지 저희 아버지가 이상한 걸 눈치 채셨는지...
시아버지 : "왜? 어디 아파? 얼굴색이 안 좋네?"
일본며느리 : "아... 괜찮아요. "
시아버지 : "아프면 약 먹어~ 어디가 아파?"
일본며느리 : "아, 아픈거 아니에요. 그냥...기분이 나빠요."
시아버지 : "응? 기분이 나쁘다고?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일본어로 기분 나쁘다(気持ち悪い)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의미도 있지만, '속이 안좋다/배가 아프다'는 의미도 있답니다.
아내는 그걸 직역 그대로 시아버지에게, 기분 나쁘다고 해버린거죠 ㅎㅎㅎ
저녁에 집에 왔더니 아버지께 전화가 오고, 안절부절 못하시면서 며느리한테 '기분 나쁘다' 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러냐며, 자신이 무슨 실수했냐고 하시더군요.
예전 아버지 같으시면 그런말 들으면 그냥 화내버리시거나 끊어버리셨을 것 같은데, 그말을 듣고 걱정을 하시는 모습에
정말 며느리 사랑이 각별하신 시아버지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렇게 고부갈등 없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에... 정말 저는 좋은 부모, 좋은 아내, 좋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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