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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일본 역사가 더 길다는 일본인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4. 5. 28. 08:00
일본이 가장 '역사가 오래된 나라'라는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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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도시락을 가지고 휴게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분이 '일본 역사가 가장 길다'는 망언을 하더라구요....;;
지난 번에 개념있는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인 동료를 소개했지만, 오늘은 반대로 개념없는..이랄까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역사 의식을 소개합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한분이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 LA와 캘리포니아, 토론토 등에 유학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한분이, 한국은 한국어가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요즘은 한류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알려졌는데, 관심이 별로 없는건지...
아무튼 한국도 한글이라는 언어가 있어서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해드렸죠.
그랬더니, 한글은 한자와 비슷하게 생겼냐며 어차피 한국어, 일본어는 한자 영향을 받은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씀을 하더군요.
순간 이참에 한국에 한글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한글의 위대함을 알려야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한글은 약 500년 전에 조선의 왕이었던 세종대왕이 만들었다. 한국어는 한자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순수한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히라가나/가타카나가 있지만 여전히 한자를 사용하지만, 한국은 이제 한글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게 가능한 것은 한글은 간단히 외울 수 있고, 한글만으로도 의미 전달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게 한글의 장점이다"
그랬더니 뜬금없이 한국 역사가 그렇게 오래됐냐며, 그렇게 옛날부터 한국어가 있었냐고 하더군요.
일본인은 일본의 역사가 한국이나 중국보다 더 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주변 사람들(일본인) 몇명에게도 '그치?' 하고 묻자 잘 모르겠지만 맞을거다, 그렇게 배운 것 같다' 고 대답하더라구요. 이게 무슨 역사 왜곡 망언!?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잘 몰라 그렇다치더라도, 중국보다 일본 역사가 더 오래됐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너희에게 천왕(일왕)이 있다면, 우리에겐 단군왕검이 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이유는 이렇더군요.
과거 삼국시대, 고려, 조선 등은 다 빼고 한국(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설립된 것부터 생각을 하더라구요. 정말 헐;;;이죠...?
중국 역시 과거 진나라,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을 다 놔두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생긴 날부터 계산을 한다네요.
이 분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단기 4347년으로 단군부터 시작되는 역사로 하면 4천년이나 되지만,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설림된 것은 1919년 4월 13일, 실제 정부수립은 1948년 8월 15일.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을 1948년으로 보고 있죠.
그리고 중국도, 기원전 2천년쯤 전부터 시작되고, BC 221년 진(秦)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처음으로 통일을 하지만,
실제 중화 인민 공화국이 설립된 것은 1949년 10월 1일이 됩니다.
즉, 현재의 국가가 개국(開國)한 시기부터 계산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은 약 100년, 중국은 약 6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됩니다.
애초에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지만, 여튼 그렇게 따지면 일본도 똑같은거 아닌가....?
이분 대답에 따르면 나름 논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습니다.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천황(일왕) 제도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천황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같은 계통으로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일본은 군주인 천황과 헌법이 양립하는 입헌 군주제 국가입니다.
현행 헌법에서도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그 지위는 일본 국민들의 총의(總意)에 바탕을 둔다"고 규정되어 있고,
헌법이 정하는 국사(國事)에 관한 행위만을 내각의 조언과 승인, 책임에 따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참고 : 위키백과
일본 국내의 내정에 관여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극히 드물며, 다만 국민들에게 칭송을 받으며 국가적인 외교의례 상에서 일본 국가 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일본 천황은 아키히토(明仁) 랍니다.
일본 개국/천황에 대한 지난 글 : 2013/10/04 - [일본 이야기] - 【건국】개천절은 무슨 날? 일본에도 있을까?
이분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이러한 군주제(천황)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로 가장 오랜시간 존재해 오고 있다고 배우고 믿고 있습니다.
즉, 한국과 중국은 약 100년 정도밖에 안된 나라지만, 일본은 천황이라는 칭호를 사용한 약 7세기 무렵부터 존재한 나라라는겁니다.
하지만 같은 기준으로 보자면, 일본 역시 현재와 같은 헌법을 제정하고 정식 국가로 자리 잡은 것은 1945년 포츠담 선언에 서명한 이후,
1947년에 제정·시행된 일본국 헌법에 의해 법적으로 성립된 국가지만, 천황이라는 존재를 유지해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자긍심을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자기 나름대로 천황의 혈통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국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일본인들은 천황을 앞세워 일본을 가장 역사가 있는 국가라고 가르치고 배웁니다. 일종의 역사 왜곡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얘기를 듣던 중, 우리의 조선 황실의 마지막 후손들은 어떻게 지내고, 어디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본의 말살정책과 우리 정부의 무관심속에서 왕손들이 잊혀져가고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또 얼마전 역사 편향, 왜곡된 교과서가 우리나라 학교에서 버젓이 교육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학사 중학교 사회2 교과서에는 40여명이 살고 있는 독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섬'으로 기술되거나, 천연기념물 지정 연도나 면적 오류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려있고,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대해 '독도 영유권 분쟁이 시작된 계기'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영유권 분쟁은 없다'는 정부 지침과 명백히 배치됩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국인으로써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고 씁쓸합니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역사에 긍지를 가지고, 훌륭한 점을 강조해서 배우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약간의 역사 왜곡이나 과장도 분명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없는 역사도 만들어서 가르치는 마당에 역사를 잘못 가르치고 숨기고 고치다니...
<언젠간 이 패러디 그림처럼, 과거 일본에는 컴퓨터도 있었다고 할것 같아요;;;>
이렇게 '일본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고 자랑하는 일본인 동료 앞에서,
'사실 한국 역사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길답니다. 오히려 일본보다도 더 오래됐어요' 라고 말은 했지만 믿고 받아들여줬을지는 의문이네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나는 이렇게 외국인들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 반박했지만, 앞으로 잘못된 교과서로 배운 우리의 자식, 후손들은 그대로 수긍하게 되는건 아닐까?'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조작(?)해서 위대한 일본인이라고 가르치고 배우며, 또 믿는데, 한국은 외부의 압박에 잘못된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고,
또 그 책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반박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님의 말씀처럼, 이대로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과서로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아야만 합니다.
● 역사 관련 지난 글
2013/10/08 - [TIP/정보/한국/한국어] - 【역사】한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13/10/26 - [TIP/정보/한국/한국어] - 【독도의날】독도를 아는 것이 독도를 지키는 것이다! - 10월 25일은 독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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