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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는 내가 만난 일본인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4. 5. 18. 09:50
내가 만난 일본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며
일본인들은 타지 사람이라고 하면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출신이 어디에요? - 한국인데요?
그러니까 한국 어디에요? - 아! 광주에요.
일본인들은 어디 출신인지를 자주 묻는다. 우리나라보다 땅이 넓어서일까,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아무튼 한국인이라고 해도, 어느지역 출신인지 자주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주라고 대답해도 어디에 있냐고 다시 물어본다.
한국을 서울이나 부산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광주를 어떻게 설명하지? 처음엔 어려운 숙제였지만 대답하다보니 이제는 정해진 패턴이 있다.
'서울에서 쭉~ 남쪽, 부산에서 쭉~ 서쪽, 일본 후쿠오카에서 쭉~ 북쪽 쯤에 있어요.'
대부분은 '아~~'하고 대답하기 일쑤다.
보통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들도 서울, 부산, 제주도 정도를 제외한 한국 지명은 잘 모른다.
광주 역시 국제 공항도 없을 뿐더러,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별로 없는 관계로 모르는 일본인이 많다.
오히려, 비빔밥의 본고장이라는 이유로 전주를 알고 있는 일본인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럴땐 좀 씁쓸하다, 광주가 더 큰 도시인데 ㅠㅠ
하지만 간혹 광주를 알고 있는 일본인들도 있다. 지금까지 5명정도 만난 것 같다. 그 중 2명은 재일 한국인이었다.
광주를 알고 있는 일본인은 어떻게 광주를 알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광주를 알고 있는 일본인 3명을 만났는데, 모두 공통적으로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광주를 기억하고 있었다.
또 하나 공통점이라면 모두 40대~50대 기성세대라는 것.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27일까지 전남 도민 및 광주 시민들이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벌인 민주화운동이다.
즉, 지인들이 고등학교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에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것이다.
그들은 뉴스나 신문 등을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기억할까?
- 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지인 A씨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는 뉴스를 학창시절에 본적이 있다. 그 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우연히 한류 숍에서 한 영화를 보고 기억이 났다고 한다.
바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휴가'
그는 영화를 보면서 화도 내고, 억울하기도 하고, 슬픔에 눈물도 흘리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광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너무 멀어서 고민했지만 서울에서 약 4시간 버스를 타고서라도 꼭 가보고 싶었다고...
딱 한번 광주를 찾고, 518 기념공원에 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영화를 봐서였을까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도 휑한 모습과 어디에 어떻게 가서 묵념을 하고 인사를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더라며 아쉬웠다고 한다.
- 학교 수업 중에
지인 B씨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선생님께 한국 광주에서 내전 혹은 폭동 혹은 쿠테타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일본 매스컴에서는 한국을 직접 취재하기 보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그대로 번역해서 알리곤 했던 것 같다.
지인 B씨를 포함한 학교 친구들도 쉬는 시간에 가끔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 전쟁'과 같은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 정말 무서운 나라다, 북한과도 전쟁을 하고 있는데, 남한 내에서도 문제가 참 많은 나라다. 일본에도 영향이 있을까 무섭다' 등
그러던 중, 대학교에 들어가서 우연히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수업중에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그 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지인 B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광주 사태(光州事態)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 당연하겠지. 광주에서 일어난 단순한 '사건' 정도로만 기억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듣던 교수님은, 광주 운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한다.
'한국은 군사 독재 정권이다. 일부 아는 사람들만이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고, 정부에선 눈에 가시였던 그들에게 광주를 본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다시는 현 정부에 불만을 표현할 수 없도록...게다가 언론도 정부의 감시받고 있다. 한국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는 나라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평소 한국에 관심은 없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충격이라며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쇼크를 받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그래서 광주를 한번 꼭 가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언제 한번 꼭 찾겠다고, 그 때 한국에 있다면 안내를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
- 한일 교류를 통해
지인 C씨는 조금 특별한 경우이다. 한국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쿄토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약 10년 전쯤 학교에서 수학여행 등으로 학생들과 한국에 방문할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전답사로 찾은 한국은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랐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은 1960년대 어렵던 한국을 기억하곤 한다.
서울의 높은 고층 빌딩과 고급 자동차 등을 보며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또, 책임감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 학생들이 보다 알차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교사로써 간단한 한국어 인삿말 등의 회화가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어 강좌에 신청을 하고 속성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한국에 관심이 깊어지고 좋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 한일교류 사이트(고재팬 등)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했는데, 광주출신인 한국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고재팬 사이트에는 한일 번역 채팅 기능을 지원한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채팅방을 개설하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데,
한국어나 일본어로 쓰면 아래쪽에 일본어, 한국어 번역문이 자동 번역된다.
이 곳에서 광주 출신의 지인이 채팅방을 개설하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하루는 역사 이야기가 나왔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잘 믿지 못했고, 광주 친구가 추천해준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너무 감명 깊었고 존경심까지 생겨서 광주 518 공원, 묘지에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학교 수학여행 일정은 대부분 서울 혹은 부산으로 일정을 짜기 때문에 광주에 갈 일이 없었다고...그래서 개인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고 한다.
버스나 기차로는 소요시간이 약 4시간 정도로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비행기로 방문을 했는데 광주 외곽에 있는 광주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는
'논밭이 보이고 시골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시내쪽으로 와도 서울에 비하면 시골느낌이 많이 났다고 한다.
실제 518 공원에 가서 보니 광주 친구에게 들었던 역사 이야기와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 후에도, 그는 종종 한국 여행 일정에 광주를 포함해서 방문했고, 지난 10여년 간, 약 5번 정도 방문했다고 한다.
지인 C씨는 10여년간 공부를 해와서 한국어가 출중하며, 일본내에서 개최하는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서 쿄토 대표로 참가한 적도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의 역사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일어난 운동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역사적으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말해도 역사는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냥 뉴스에서 일본 땅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한국이 자기 땅이라고 우긴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대다수의 일본인들 사이에서, 광주와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고 있는 일본인을 만나면 광주인으로써 무척 반갑고 기쁘다.
지난 6년여간의 일본 생활 중에, 무수히 많은 일본인을 만났지만 몇명 안되는 광주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광주 민주화 운동을 알고 있었다.
또, 대부분은 한국의 아픈 역사를 안타까워하고 애도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현재가 있을 수 있었다며 추모했다.
난 그들에게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들이 지켜주고 만들어준 민주화 대한민국을 잘 지켜나가고 있나 반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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