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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소원 - 우리는 이 작은 아이 하나 지켜주지 못했습니다리뷰 이야기/영화&드라마 2014. 1. 5. 08:00
사실 나는 실화 바탕 범죄 소설,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런 현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해보여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도가니를 봤을 때도, 이런 현실에 타협하고 사는 어른들의 모습과 순수해야할 아이들이 헤어나지고 못하고 피해(폭력)를 받는 모습에 괴로웠고,
또 결국 판결 때 돈과 권력에 의해 제대로된 벌을 받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이번 영화 소원(Hope)도 그 본연의 내용, 소재는 '도가니'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접근 방법에 약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사건의 피해 사실과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지만, 초점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맞춰져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 학생과 가족들이 어떻게 '그 일'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비록 남자 아이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아동 범죄에 대해서는 눈이 절로 가더라구요.
●평범했고, 평범하고자 했던 가족
영화의 시작은 어느 초등학생 딸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
공장에서 일하며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 문구점을 하면서 가사일에 정신없는 엄마, 평범하디 평범한 딸의 세 가족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행복했던 가족에게 그 사건이 생기면서 슬픔이 찾아옵니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날, 통학길에서 수상한 아저씨와 만나는데,
비가 많이 오니 우산을 씌워달라는 아저씨의 말에 착한 소녀는 우산을 씌워주기로 했다가 끌려가 성폭력과 구타를 당하게 됩니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어야 한다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어른들이 더럽히고 있는 장면이죠. 특히, 마지막에 소원이가 했던 말이 저는 아직도 머리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비를 맞는 아저씨가 있어서 곤란한 사람을 도와줬는데, 아무도 칭찬은 안해주고 다 아파하고, 화내고....그래서 내가 잘못했나 하고 생각했어요."
노란 우산과 같은 동화가 점점 없어지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건이 있을 때, 소원이 엄마는 임신중으로 5개월된 소원이 동생 '소망'이도 뱃속에 있었던, 단란한 가족이었습니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언론
보통 이런 사건들은 피해자의 물리적, 정신적 치료가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열성적인(?) 기자님들은 자극적인 기사 쓰기에 바쁘죠.
영화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체포하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 응했지만, 결국 기자들에 의해 취재당하고 병원까지 공개됩니다.
급하게 병실을 옮기는 장면에서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와 지켜주려는 피해자 아버지의 모습에 화가 나더군요.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의 원인과 가해자에 대한 기사를 다뤄야하는데, 자꾸 피해자의 신상털기식의 기사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쇼크.
이런 언론의 태도에 영화의 실화였던 사건 이름이 '나영이 사건'이 붙여지곤 했죠. 그래서 세상에 알려지니까 그대로 재판에서도 그 이름으로 사용되곤 했답니다.
이제는 법이 바뀌어서 피해자 이름이 아닌 가해자 이름으로 '조두순 사건'으로 이름을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고 하죠?
사건을 이슈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피해자를 안아주는, 피해자도 생각하는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영화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가해자에게 고작 12년 구형이라는 처벌이 내려집니다. 피해자 아동은 내장 파열로 평생 인공 항문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해자는 고작 12년.
판사는 가해자의 나이와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감형을 했다고 하는데, 아이가 12년 후에도 미성년자임을 생각하면 12년이 얼마나 짧은 시간입니까?
게다가 가해자는 피해자 아버지가 화를 내며 했던 말에 반성은 커녕, '12년 뒤에 두고 봅시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죠.
적어도 아이가 성년이 되어서 자기 방어가 가능할 때까지는 법으로 지켜줘야할텐데...
이 사건은 5년전 사건으로, 앞으로 7년뒤에 가해자가 나오면 피해자와 그 가족은 얼마나 또 불안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합니까?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법이죠. 정말 이런 사회라는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극중에서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이 소원이 엄마가 운영하는 문구점에서 몰래 아이스크림을 훔쳐먹으려다 소리가 나자 도망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굴러가는 소주 한병. 이 장면으로 법에서 이야기 하는 정신감정미약 상태였다는 가해자는 생각보다 정신이 말짱했다는 것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피해 아동의 음경, 항문등의 신체를 씻기고 지문을 지우는 등으로 증거인멸까지 하는 행동까지 보였다는데 말이죠.
무엇을 기준으로 가해자의 음주에 의한 '실수'였다고 치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극복해 나가는 소원이 가족
처음 사건이 있고 나서 소원이 엄마(엄지원)은 소문나면 안된다며 숨기려고만 했습니다. 또, 억척스럽고 강한 이미지로 남들 앞에서 울지도 않구요.
또, 피해 아동 소원이(이레)도 고통스러워하고 부끄러워 했답니다. 특히 소원이가 했던 말중에 기억에 남는 말.
"어릴 때 할머니가 '죽겠다 죽겠다'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겠다. 그 말은 '왜 태어났을까' 하는 의미인 것 같다"
이렇게 불행한 사건, 소원이는 극중에서 사건을 '그 일'이라고 표현하며 다시 떠올리기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위해 법에서는 3차례 이상(실제로는 5차례 이상) 증언을 하게 했답니다. 너무하지 않나요?? 이 어린 아이에게...
극중에 아동 성폭력 상담실 해바라기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김해숙)과 치료를 하면서 서서히 극복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과 수치심에서인지 대면하려 하지 않지만, 아버지(설경구)는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몽 인형탈을 쓰고 아이에게 접근합니다.
아침이면 탈을 쓰고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점심시간에 밥도 안먹고 학교에 찾아가기도 하고, 한 여름에도 땀을 뻘뻘흘리며 아이 주변을 멤돕니다.
하루는 아이가 코코몽을 불러서 조용히 묻습니다.
"니...'아빠야'가? 맞제? ... 안덥나?....이제 집에 가자...!"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눈을 맞추고 서서히 극복해 나가는 가족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는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다 결국 12년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를 죽여버리려고 하지만 이를 본 소원이가 막습니다.
"아빠야...하지마라... 하지마라... 그냥 집에 가자...같이 집에 가자...."
가족애(家族愛)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정말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감독에게 '소원' 이란...
감독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에서 다루기 쉽지 않았던 소재 아동 성폭행 이야기였지만, 주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의 있게' 정중하고 공손하게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답니다. 신파티를 내면 그들의 아픔을 팔아먹고 장사한다는 소리를 들을게 두려웠답니다.
시사회 후, 관객들에게 '고맙다, 잘 봤다' 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기쁜 마음보다는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또, 작가는 영화 '소원'을 동화에 비유하면서, 동화를 잃어가는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극중 소원(이레)이는 비 맞는 아저씨에게 우산을 씌워졌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당한다.
비 맞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소원이를 칭찬하지 않았다. 우린 오히려 ‘도망가라’고 가르친다.
점점 ‘동화가 없어진 세상’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이들과 소통하는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동화가 남아 있다.
나는 영화를 통해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제 이 작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그냥 과거 있었던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사회 부조리만을 부각시키고 비판하는 영화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감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필요이상으로 아픔을 들추지 않고, 그래서 더 큰 아픔을 주지 않으며, 그 대신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회,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7년뒤 세상에 나올 조두순과 또 제2, 제3의 조두순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 소원과 소원이 동생 이름 '소망' 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꿈만 꿀 수 있는 동화같은 세상이 되기를 소원하고 소망합니다.
소원 (HOPE, 2013) [국내] 12세 관람가
드라마 / 한국 / 122분 / 2013.10.02 개봉
이준익 감독 // 설경구(동훈), 엄지원(미희), 이레(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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