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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코리아 2탄. 영화 그리고 현정화가 직접 말하는 그 때 그시절리뷰 이야기/영화&드라마 2013. 8. 16. 11:30
▲1991년 일본 지바현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금메달 신화를 다룬 영화 ‘코리아’(문현성 감독)
▲현정화(하지원), 리분희(배두나), 유순복(한예리) 등 남북한 선수들이 빚어내는 2.5g 탁구공의 ‘묵직한 감동’이 가슴을 울린다.
▲현정화 감독이 1993년 쓴 에세이를 통해서 영화 ‘코리아’와 현실 ‘코리아’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1991년 4월 29일 세계탁구 여자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우승한 남북 단일팀. 오른쪽이 현정화, 왼쪽이 북한의 이분희 선수.
1. “이번에 꼭 색깔 바꿔올게…은메달 지겹제?”
부 산 출신 현정화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그런 다짐처럼 정화는 중국을 누르고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전한다. 영화 속 장면이다.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이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바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현정화의 아버지 고 현진호씨는 1984년 세상을 떠났다. 현정화는 한 번도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걸어주지 못했다.
현정화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픽션부분에 대해 “영화사측의 배려 아닐까”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나마 ‘금메달 선물’로 마지막 효도를 한 셈이다.
1993년 출간된 에세이 ‘여왕이기보다는 여자이고 싶다’에서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이렇게 적었다.
탁구선수 출신 부친 “아버지의 한을 풀어다오” 유언
1984 년 1월 3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조용히 나를 찾으셨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다오” 이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음성이었다. 아버지는 부산상고 재학시절 탁구선수로 활약했으나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을 늘 한으로 간직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그 열망을 내게 유언으로 남기셨다. (P136)2. 하지원-배두나, 현정화-리분희 ‘빙의 그 자체’
영화 ‘코리아’는 현정화(43.한국마사회 감독 겸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를 위한 영화다. 우정과 의리는 남자들만의 몫이 아니다.현정화 감독에게 있어서 코리아는 ‘분희 언니’의 영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녀에게 리분희는 특별했다.
영화에서는 현정화역을 하지원이, 북한의 리분희역을 배두나가 맡았다.
현 정화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등장인물에 대한 탁구 지도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소속팀 마사회 제자들까지 배우들의 탁구 선생으로 나서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배두나였다.
배두나는 오른손잡이다. 그러나 북한의 리분희는 왼손잡이에 쉐이크핸드를 구사했다.
‘이분희가 도도했다’는 현정화 감독의 말과 사진, 그게 정보의 전부였다. 방법은 영화 속의 리분희가 되는 것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발톱까지 빠졌다.
배두나는 “꿈에서도 이분희를 만났다”고 말할 정도로 지독하게 리분희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빙의’ 그 자체였다.
현정화와 리분희는 1986년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 ‘코리아’는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을 배경으로 한다.남북 단일팀은 4월 29일 지바 마쿠하리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3시간 40분의 혈전 끝에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 화장품, 스타킹, 속옷세트 선물
현 감독의 에세이를 통해, 대회가 열리기 직전 당시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자.1991년 3월 25일 단일팀 결성식 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나가노로 향하는 신칸센에서 현정화와 리분희는 친자매처럼 다정한 대화를 나눴다.
“언니, 몸이 좋지 않다며? 연습 많이 못 했겠네.”
“이젠 많이 좋아졌어. 몸 돌보지 않아 간이 좀 부었더랬어. (당시 리분희는 간염으로 고생했다.)
옆에 있던 기자들이 ‘정화도 예쁘지만 분희도 귀엽다’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분희 언니는 손사래를 치며 “무슨 소리야요. 나는 못났시요”라고 말해 웃음이 일었다.(P107)
(당시 현정화는 한국화장품 소속이었다. 한국 화장품이 북한 선수들을 위해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을 골고루 준비했다.)
북한여자 선수들은 화장수 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그 자리에서 발라보기도 하며 기뻐했다.
“냄새가 좋구만. 남조선 여자들은 이런 걸 쓰니까 그렇게 이뻐 보이는 모양이야”
우리는 북한선수들을 위해 종류별로 스타킹을 준비하고 속옷도 한세트씩 장만했다. (P112)
4. 관객을 울리는 ‘금반지’
그해 5월 7일. 남북탁구 단일팀 금메달 신화를 이룬 코리아팀은 눈물 속에 이별을 한다.
영화에서는 버스를 타고 떠나는 배두나에게 하지원이 울먹이며 반지를 빼내 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에세이에서는 어떻게 묘사됐을까?
나는 분희 언니에게 주려고 금반지 하나를 준비해갔다. 디자인이 단순한 한 돈짜리 금반지였지만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에 대한 추억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반지 안쪽에 ‘현정화 증’이라는 글을 새겼다.
“언니 이거 내 선물이야”
“반지 아니네. 나는 아무것도 마련치 못했는데... 정화는 마음 씀씀이가 참 깊구나”(P113)5. 1993년 이후 다시 만나지 못해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1년 3월 18일. 한국일보에는 현정화와 리분희의 안타까운 우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한국일보는 “1993년 스웨덴 세계선수권에서 상봉한 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눈물로 이별했지만 소식이 끊긴 지 어언 8년.
단일팀 재성사 소식을 접한 현정화씨는 맨처음 '분희 언니'를 떠올렸고, 곧바로 펜을 들었다”고 했다.
<끝내 전하지 못한 편지>
“현정화씨는 먼저 ‘언니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위로의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단일팀이라는 남북 체육사의 '옥동자' 맞이에 가슴이 벅찬 현씨는 현재 만삭이다.
첫 아이의 출산 예정일은 4월8일. 현씨는 편지에서 ‘언니 조카가 조금 빨리 태어나면 오사카로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정화의 바람과는 달리 단일팀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리고 4년이 흐른 2005년. 현정화는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민족통일대축전에 대표단으로 평양에 가게 된다.
현정화는 평양에서 리분희를 수소문 해 봤지만 결국 만나는데 실패했다.
그녀에게 ‘분희 언니’는 건너지 못한 20년 추억의 징검다리가 됐다.
6. 눈물 짜내는 신파… 감동, 재미 갖춰
영화는 90%팩트와 10%픽션을 넘나드는 ‘핑퐁 게임’이다.실제 세계선수권에서 복식은 5세트 중 3세트에 열렸지만 영화에서는 마지막 세트로 설정됐다.
실제 경기에서는 단식 두 경기를 이기고, 복식과 단식을 내준 후 2대 2 상황에서 북한의 유순복과 중국의 가오쥔이 숨막히는 명승부를 펼쳤다.
실제 경기에서 현정화-리분희 복식조는 졌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이 경기를 배치했고, 이기는 것으로 묘사했다. 영화는 뻔한 결말이지만 지겹지 않다.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지만, 충분히 눈물 몇방울 흘릴 만하다. 감동, 재미 두 구슬을 다 꿰었다.
7. 진짜 북한 선수같은 한예리
유 순복역을 맡은 ‘낯선 배우’ 한예리는 진짜 북한선수처럼 보인다.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영화에서 하지원은 경기 울렁증이 있는 유순복에게 ‘파이팅 효과’를 가르쳐준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현정화 감독은 이런 파이팅에 대해 에세이에서
“‘파이팅’은 거의 습관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지만
경기 리듬을 타게 하고 경기를 원활히 운영하게 해주는 아주 귀한 나만의 심호흡 (P98)”
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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