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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마음】파스타나 빵은 밥이 아니여~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3. 12. 25. 08:00
외국이나 서울 등의 타지에 나와 계신분들, 집에 계신 부모님들께 전화 자주 하시나요??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해서 애인, 친구, 직장 상사들만 챙기지 마시구 부모님께도 전화를 해보기로 해요~!
저는 외국인데다가 또 아이가 있어서 손자를 못 보여드리는게 죄송스러운 마음에 아이가 안자고 있을 때면 자주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스카이프, 페이스 타임 등으로 화상통화가 가능해져서 손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곤 한답니다.
외국에 나와있는 불효를 하면서도 화상통화 덕분에 조금이나마 효도를 할 수 있게 된 셈이죠! 고마워요~ 스티브 잡스! ㅋㅋ
그런데, 그 때문에 불편해 진 것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
정말 시도때도 없이 전화가 오는 바람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중에도 화상전화가 걸려오곤 한답니다.
<제가 부탁해서 파스타와 마늘빵을 만들어준 아내>
얼마전에도 어김없이 저녁 식사중에 걸려온 화상전화. 아이가 곧 잠들어 버릴 것 같았고 최근 전화드리지 못해서 일단 받았답니다.
"왜 이렇게 늦게 받냐~ 기다리다가 죽어블것다~!" ( 저희 어머니 고향이 전라도 고흥이시랍니다!)
전화 오고 받을까 말까 살짝 고민하긴 했어도...20초 내로 받은거 같은데... 이런게 손자가 보고싶은 할머니들 마음인가 봅니다.
"엄마, 우리 지금 밥 먹으니까 밥 먹고 다시 전화할께요"
"글믄 시아 자블껀디? 니들은 밥 먹어. 난 우리 강아지랑 놀고 있을랑께~ 근디 뭐에 밥 먹냐?"
철없고 팔불출인 저는 아내가 만들어준 요리를 자랑할 겸, 아이패드를 들고 카메라로 비춰드렸답니다.
"오늘은 파스타 만들어줬어! 대단하지? 얘가 요리를 잘 한다니까~! 엄청 맛있어~!!"
"그거시 뭐여! 저녁밥인디 밥은 안먹고 면을 먹냐! 밥을 먹어야제!"
순간 아차! 싶더군요. 옆에서 아내는 째려보고 있고...(아내가 한국말은 몰라도, 억양이나 단어 등의 느낌으로 이게 칭찬인지 화내는건지 정도는 구분하거든요;;)
미처 변명할 틈도 주지 않으시고 쏟아부치시는 시어머니의 잔소리...!
"아니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가꼬 왔으믄 배가 겁나 고플건디, 밥을 먹어야제, 면을 먹으믄 그게 배로 간다냐? 그거시 밥이데? 간식이제!
그렇게 먹어가꼬 어디 힘 쓰겄어? 저녁에는 밥을 먹어야제 뭔 면을 먹고 있어. 밤에 배 고파가꼬 일어나블제! 든든하게 먹어야 헌디~
글믄 시아도 오늘 저녁에는 그거 먹였냐? 아따~ 밥을 줘야제 그런거만 먹으면 크것냐? 한참 커야될 나인디....
얼른 밥 해가꼬, 그거 먹고 또 밥도 해 먹어라~ 니들도 해서 밥 먹고 애기도 밥 해서 먹이고... 긍께 그렇게 빼빼 말랐제....다다다다다다!!!!"
한 5분정도를 이렇게 쏘아 붙이시는데...ㄷㄷㄷ 아내에게서 돌아올 후폭풍도 무섭고 ㅠㅠ
'아~ 다음부터 함부로 아내 요리 보여주지 말아야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으니 이미 때늦은...
쌀 씻는 소리를 좀 내고 텅빈 밥솥에 밥하기 버튼을 누르는 '삐~'소리를 들려드리고 겨우 수습했답니다.
이런게 어머니들 마음인가봐요. 자기 자식 밥 안 굶고 삼시세끼 쌀밥 꼭 챙겨 먹이고 싶으신 마음.
섣부른 제 행동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걱정어린 잔소리들... 그리고 전화를 끊고도 한참 이어진 아내의 잔소리... 정말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ㅠ
그래도 일본은 쌀이 주식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빵이나 면을 주식으로 하시는 나라에 계신 분들은 이런 경험 없으세요??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면이나 빵으로도 충분히 식사 해결이 되는데, 어렵게 사셨던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쌀밥' 그것만이 진리인가봐요!
자식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알겠지만... 역시 힘들군요! 저희 부모님만 이러시는건 아닌거 맞죠? ㅠㅠ
외국 혹은 서울 등의 타지에 계신 여러분! 오늘은 밥 잘 먹고 있다고 쌀밥에 푸짐한 식사 사진 찍어서 부모님께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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