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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칭코】이런건 도박도 아니라는 일본 남자들일본 이야기 2013. 11. 15. 08:00
친구나 동료를 만나면 자주 이야기하는 화잿거리는 어떤게 있나요??
박근혜 정권이나 일본 방사능과 같은 사회 이슈, 추석 이야기, TV 방송 이야기 등을 나누기도 하고,
남자들은 여자나 군대, 자동차, 게임, 스포츠 이야기를... 여자들은 남자, 쇼핑, 화장, 패션 등의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여기 일본도 대부분 비슷한 화잿거리를 이야기 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생소하면서도 한국인으로써 들으면 어이없는 일본의 이야기 소재!
'빠칭코'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좀 크고 반짝반짝 화려하다 싶은 건물이 보인다면, 대부분은 빠칭코라는 도박/오락장 입니다.
저는 처음에 클럽인줄 알고 들어가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기계앞에 앉아서 구슬을 돌리고 메달을 가지고 놀고 있더군요.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구경을 했더랍니다. 조금 무섭기도 했구요. 그게 제가 처음 빠칭코에 발을 들인겁니다.
그리고 얼마후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는 선배형이 빠칭코도 일본 문화의 일부라며 구경해보자며 데리고 가더니
정말 무수히 많은 게임과 기계 중에 하나를 골라 게임 방법을 설명해주더군요.
<그냥 7이 3개 맞으면 당첨이닷!>
우리나라 오락실에서도 흔히 보는 777 게임.
다만, 진짜 돈을 주고 게임을 하고 획득한만큼 현금으로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기계나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보통은 1000엔(한화 1만원)으로 메달 50개를 받습니다.
메달을 넣고(보통 3개) 레바를 돌리다가 버튼을 하나씩 누릅니다.
화면 중앙에 7이 3개 나오면 당첨되면서 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
가끔 게임 도중에 랜덤하게 찬스 타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게임 자체는 정말 단순하고 재미없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돈을 걸고 실제 돈을 받는 도박성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연가(일본이름:유키노 소나타 雪のソナタ)도 빠칭코가 있답니다! 한류에 빠진 아줌마를 잡기 위한 것인듯>
정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빠칭코/슬롯에 드나듭니다.
한번은 초등학생정도 되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부모를 본 적도 있습니다. 그것도 2-3번 정도!!
실제로는 18세 미만은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몰래 데리고 들어가는 건지, 나중에 걸려서 쫓겨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들어가는 순간만 봤습니다.
정말 얼마나 몰상식하고 무개념 부모처럼 보이던지...아이에게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기계음이 엄청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실내가 밀폐되어있고 흡연이 가능하여 공기가 담배연기로 탁하답니다.
그런곳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다니...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혐오감마저 들구요!
<내부는 대충 이런 모습>
거리에 빠칭코는 정말 흔하고 많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허용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돈 벌이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대부분 운영을 하는 사람은 돈이 많은 부자 재일 한국인이라고 하더군요. 조폭/야쿠자들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한다는 소문도...
이렇게 쉽게 접하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특히 남자들이 많이 있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이 있답니다.
따라서 당연히 흔한 화잿거리가 되곤 합니다.
"어제 빠칭코에 갔는데 엄청 잘 걸리더라!"
"오늘부터 나고야점에서 이벤트를 한다던데?같이 갈래?"
"다음주에 에반게리온 새 기계가 나왔는데 엄청 재미있대!"
"바다이야기는 왼쪽 위에 상어가 나오면 그 다음에 잘 걸리더라"
이렇게 주변 점포 소식이나 기계소식 뿐만 아니라 공략법(?)까지 공유를 하곤 합니다. 그것도 당당하게 회사에서...
그도 그럴 것이 법으로 인정을 했으니 숨길것도 없겠죠. 정당한 놀이를 즐기고 있는 셈이니까요.
<아이돌 그룹 AKB48 이 등장하는 빠칭코/슬롯 기계도 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남자 직원 둘이 계속 빠칭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제가 물어봤습니다.
나 : 빠칭코가 왜 재미있어요? 저도 몇번 가본적은 있는데 게임이 단순하고 재미없던데...
동료 : 뭐 해봤는데? 요즘 새로 나온 이거는 정말 재미있어~~ 잘 걸리고!!
나 : 이름은 모르겠는데... 무슨 삐에로 나오는거였는데...
동료 : 아~ 정글러? 그거 하니까 재미없지, 단순하고 잘 걸리지도 않구.... 에반게리온 해봐 아주 재밌어!! 동영상도 나온다구!
나 : 귀도 아프고 공기도 안좋아서 다음날 목도 아프고 하던데...
동료 : 그 정도는 참아야지!
나 : 네? 참아요?? 참으면서 해요?? 왜요?? (단순한 놀이인데...)
동료 : 돈을 따려면 그정도는 참고 하는거야. 소리가 작으면 재미도 없고....
그냥 가볍게 특징 그림 하나를 말했을 뿐인데 게임 이름까지 알고 있고, 재미로 한다더니 결국은 돈벌기 위해서 하는구나...
돈이 그렇게 벌리나? 하는 의문도 들고 놀이에 자신의 몸을 해쳐가면서까지 한다는게 좀 이해가 안되서 다시 물었습니다.
나 : 돈이 그렇게 많이 벌려요?? 맨날 따요??
동료 : 매일 따진 않지만, 따면 좋고 져도 즐겼으니까 그만큼 냈다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더라구 하하하...
나 : 결국 도박이라는 애기네요. 한국에는 카지노가 있지만 도박은 좀 안좋은 거에요.
동료 : 오~ 한국 카지노 한번 가보고 싶어! 근데 우리가 하는 빠칭코는 도박이 아니야! 그냥 놀이지!
나 : 근데 아까 돈을 따기 위해서 다른걸 참으면서 한다고 했잖아요, 그건 놀이가 아니죠. 도박이지.
동료 : 그정도는 도박이 아니야, 카지노나 라스베가스 정도는 가야 도박인거지!!
나 : 뭐가 다른데요??
동료 : 일단 쓰는 금액이 다르잖아. 많이 써봐야 한번에 100만원도 안쓴다구!!
나 : (헉! 100만원이면 큰 돈 아닌가...? 사행성 도박 수준인데...) 그렇구나...
동료 : 그리고... 혼자사니까 집에 가도 아무도 없고 그냥 시간 때우기로 가는거야. 그러니까 놀이지 도박은 아니야!!
더 이상 말하는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난 다음엔 더 많이 따라며 응원(?)을 해주고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이미 그에게 빠칭코는 도박이 아닌 놀이로 세뇌가 되어 있는듯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말이 한참동안 내 머리속에 남았다.
'그냥 시간 때우기로 하는 빠칭코....'
사실 지금까지 빠칭코에 갔을때 60대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종종 본적이 있는데, 그들은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그 해답을 직장 동료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외로움....'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어서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세계 최고의 고령화 국가로 손 꼽히며,
그에 따르는 보험 문제가 항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가서 쉬고 놀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 서울의 종묘와 같은 고적지나 공원 등에서 쉴 수 있는데, 일본은 그 또한 많지 않고 제한되는 경우도 많답니다.
결국 갈 곳 없는 이들이 돈을 걸고 편하게 앉아서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잠시나마 외로움, 고민을 잊을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빠칭코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히 도박이 아닌 놀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 잡힌 것 같습니다.
고령화 사회 문제... 이건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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