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숟가락을 던지다'는 무슨 말?일본 이야기/일본어 공부 2014. 3. 8. 08:00
일본어 '숟가락을 던지다'는 무슨 말?
일본어과가 아니고 체계적으로 일본어를 배우질 못해서 그런지, 제가 할 수 있는 일본어는 주로 일상 회화 정도랍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어 문학에 쓰이는 용어나, 특히 관용구, 숙어, 사자성어 등은 어려운게 많답니다.
얼마전 우연히 듣게 된 일본어 관용구 '사지오 나게루(さじを投げる, 숟가락을 던지다)'
직역하면 숟가락을 던지다라는 의미인데,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숟가락을 던지는 거라면, 예의가 없다거나 밥을 그만 먹겠다, 배가 부르다 등의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 문화를 생각하면 그런 의미로 생각하기도 어렵구요...
일본어 관용구는 일본 역사나 문화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게 많은데, 이 관용구도 그렇습니다.
さじを投げる : 포기하다, 단념하다
어떻게 숟가락을 던지는 행동이 '포기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된 걸까요?
일본에서는 숟가락이 있지만, 식사 때는 사용하지 않고 전문적인 약 제조, 제빵, 요리 등에서만 사용됩니다.
'숟가락을 던지다'는 관용구의 어원에서는,
약을 제조하던 의사나 조제사가 병명이나 원인을 알지 못해 약을 처방하지 못하고 약조제에 사용하던 숟가락을 던지다, 내려놓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전문가 조차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어렵거나 (병의) 시기를 놓쳤다는 의미랍니다.
이 관용구는 비단 병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업무나 일상 생활에서도 종종 쓰인답니다.
파일에 오류가 너무 많아 숟가락을 던지고, 새로 시작해야겠어요.
이 가게는 음식 맛도 없고 서비스도 안 좋아서 이미 숟가락을 던진 상태에요.
비슷한 말로는 포기하다는 뜻의 '아키라메루(あきらめる), 단념하다는 뜻의 '야무나쿠(やむなく)', 그만 두다는 뜻의 '야메루(やめる)'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관용구에 쓰인 '사지(さじ, 匙)'는 '숟가락' 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어의 숟가락과는 조금 다르답니다.
위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사지라고 하면, 조제나 제빵, 요리 등에서 전문적으로 쓰이는 숟가락을 지칭한답니다.
일반적으로 식사를 위해 사용되는 숟가락의 일본어는 영어의 스푼(スプーン)을 사용한답니다.
초창기 일본에서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이 필요해서 '사지'를 달라고 했다가 창피를 당했던 에피소드를 지난 글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관용구는 아무래도 어원을 알고 이해해 두면 잊어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렵고 생소하긴 하지만 외국인이 이렇게 관용구를 사용하면 듣는 일본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답니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알고 있어?'
이런 반응...^^; 로버트 할리나 사유리 같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속담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무척 재미있잖아요~
체계적으로 일본어를 배우지 못해서 이런 관용구들이 생소하긴 하여 대화하는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대신 그 덕분에 더 오랫동안 일본어를 배워간다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시는 분들, 숟가락 던지지 마시구 우리 모두 화이팅해요! ^^
'일본 이야기 > 일본어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어】봄(春)에 관한 일본어 모음 (4) 2014.03.22 【일본어】한자 일본식으로 설명하는 방법(部首名) (10) 2014.03.15 【호칭】일본에선 '과장님'을 그냥 '과장'이라고 불러요 (8) 2014.03.01 【일본어】오륜(五輪)이라 쓰고, 올림픽이라 읽는다 (14) 2014.02.22 【일본어】'몰라! 모르겠어' 헷갈리는 일본어 (16) 2014.0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