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만에 재개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재해석과 루머, 숨겨진 결말리뷰 이야기/애니&만화 2015. 2. 25. 09:00
13년만에 재개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재해석과 루머, 숨겨진 결말
최근 재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봤다.
학창시절, 제2 외국어로 일본어 배웠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지브리 영화를 종종 보여주곤 하셨다.
그 때, 미야자키 하야오를 알았고, 지브리 영화를 처음 접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당시의 나에게는 영화 있는 그대로의 느낌 뿐이었다.
'그냥 꿈꾼 이야기, 부모님이 돼지가 됐다, 온천장에서 일했다, 용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단지 권선징악을 보여주려 했다. 정도로만 해석했었는데, 이제 보니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면 더 재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아래 소개할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므로, 사실 진위 여부는 미야자키 감독 본인만 알 것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은 주관적일 수 있으므로 필자는 그것을 강요하려는 목적이 아님과
아래 소개하는 일반적인 설(說)을 믿을 것인가 말것인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확실히 집고 넘어간다.
이 글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다양한 감상, 해석, 설 등이 있는 것을 정리하여 봄으로써,
각각 개개인의 영화 감상, 해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작성한다.
1. 일본의 잘못된 성문화를 비판, 풍자
가장 설득력이 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해석하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좀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인터뷰 중에, '일본 풍속 문화(성문화)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風俗業界を描きたい' 고 밝히면서,
이 해석은 더 힘을 실었으며 가장 앞뒤가 맞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보같은 짓을 하다가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딸인 치히로가 팔려가게 된다.
팔려간 곳은 기름 가게(유야/油屋)라고 되어 있지만, 같은 발음인 온천 여관(유야/湯屋)으로 볼 수 있다.
일본어에서는 이런 말장난을 많이 하는 편이다.
국내에서도 유명해져 예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적 있지만, '세토의 신부'에서 유명한 대사 '인협이라 쓰고 인어라 읽는다' 처럼....
같은 유야라는 발음이 나는 다른 한자를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다른 한자인 온천(湯屋)는 무엇일까?
센과 치히로의 주 배경과도 조금 닮아있는 에도시대(江戸時代)에 성행했던 온천과 매춘을 일삼던 가게였다.
이 곳에서는 온녀(湯女, 유나/ゆな,유메/ゆめ)라고 하는 온천일을 돕는 매춘부 여성이 일하고 있었다.
실제 안에서 치히로나 린 등의 여성들이 하는 일은 온천 서비스 업을 하고 있고 말이다.
또 치히로는 아니지만, 린의 방에 머물던 다른 여성들 중에는 예쁘장하게 화장을 하고 좀 야해보이는 복장을 한 여성들도 종종 발견된다.
치히로도 부모의 빚을 갚기 이해 창녀로 팔려와 온천에서 일하게 되는 아이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에도시대 온천장을 그린 일본 춘화>
온천장 마녀 할머니 유바바(湯婆婆) 역시 에도시대 매춘부들을 관리했던 온천 마담을 일컬었던 말이었다.
영화에서는 마녀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만큼 악랄하고 무서웠던 사람임을 나타내려 했을 것이다.
또, 계약을 할 때 치히로의 이름을 뺏고 '센(千)' 이라는 이름만 남겨준 것 역시,
에도시대에도 매춘을 하러 온 아이들의 이름을 손님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바꿔줬던 현실을 반영한다.
※ 계약에 관한 또 다른 설이 하나 있는데, 이건 잠시 뒤에 소개하겠다
그 외에도, 고객이 모두 남자인 것이나 각각 별실이 있는 것, 예쁘게 꾸민 여직원이 많으며 돈을 밝히는 것 등이 '창녀 온천여관(娼婦の館)'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해석으로 볼때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를 몇가지 집어보자면,
① 여기선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어!
- 요즘도 뉴스에서 종종 보이지만, 이런 암흑의 성매매에서는 어둠의 계약서를 쓴다고 한다. 당시에도 비슷한 계약을 했어야 했나보다
결국 치히로도 유바바와 계약을 맺게 된다② 이름을 잃어버리면(이 곳 음식에 젖어버리면) 다신 돌아갈 수 없어
- 이 곳 생활에 익숙해져버리면 과거의 자신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되버려
③ 가오나시의 대사 : '나는 센을 원해~(千がほしいー)'
- 처음에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온천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준) 센에게 은혜를 보답하기 위함인가보다 했었는데,
일본어를 좀 알고 나서 들으니 좀 이상하게 들리더라구요. '센을 불러줘, 센이 필요해' 처럼 다른 표현도 있을텐데...
저 일본어 표현은 매춘을 위해 센을 지명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네요.결국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고, 돈에 욕심을 갖지않고 그런 현실에 물들지 않은 착한 소녀 치히로는
부모와 함께 현실, 원래의 삶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된다.
이 설대로라면 미야자키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에도시대 당시의 문란한 성문화를 비판하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도 성인물, AV나 성문화에 대해서는 무척 개방적인 나라, 일본!
에도시대 뿐만아니라 현재에도 돈을 쫓아 매춘 등에 빠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 북한에 납치당하는 일본 아이들
북한에 의해 납치를 당한 뒤,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계로 끌려가 이름도 바뀐채 노동당에서 살아가야하는 일본 여자아이들을 그린 것이라는 설.
이 이야기는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으며 일본내에서도 큰 설득력을 갖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해석이 나온 배경에는 공감이 된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북한에서는 일본인, 특히 일본 아이들을 납치하여 북한으로 데려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 행방불명으로 조사를 하였으나, 범행장소나 용의자가 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증거도 발견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최근 장기간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돌아온 사람의 증언이나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일본에서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들 중 일부가 북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왜 북한이 이런 일을 할까?
북한은 중국을 제외한 외세를 배척하고 있지만, 어둠의 경로로 무기나 마약 등을 밀매매하기 위해서는 외국과 교류가 필요하다.
외국과 교류를 위해서는 당연이 외국어가 필요하게 되는데, 공식적으로 외국인 혹은 외국어 교육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납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 외국인을 끌고와 북한내 선택받은 엘리트들에게 외국어를 교육시킨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될 당시, 이와 같은 문제가 뉴스화 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걸 본 사람들의 해석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앞뒤가 안맞아 너무 극단적인 해석이라는 평이다.
치히로가 누군가에게 끌려간다거나, 치히로는 일본어와 상관없이 온천일을 하는 등 북한을 나타내는 암시도 부족하다.
<일본에서 북한에 납치당했다고 하는 일본인>
3. 치히로 가족은 사로고 빈사상태였다?
처음 차에타서 길을 헤메는 신이 있는데, 이 때 이미 치히로 가족은 사고가 있었고 빈사상태였다.
그래서 이승과 저승의 강(불교에서 말하는 삼도내, 三途の川)을 건너 신이 사는 세계로 간다.
이에 치히로가 속세의 죄를 갚게되는데, 도중에 신의 마음에 들어 선물을 받게되어 결국 부모님과 다시 현세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실제로 '산즈노 가와(三途の川)'가 영화 속에서 나온다는 것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몇가지 의문점과 풀리지 않는 해석이 있는 관계로 힘이 실리지는 못하고 있다.
4. 계약 위조? 치히로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
중간에 하쿠가 치히로에게 유바바와 계약을 하라며, 또 여기서는 절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얘기에 치히로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바바와 계약을 할 때, 치히로의 이름이 조금 이상하다.
치히로의 이름은 '萩野千尋' 이지만, 계약서에 치히로가 쓴 이름은 첫 글자의 火 부분이 犬으로 쓰여있다.
치히로가 하쿠 이야기를 듣고 그랬는지, 치히로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실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계약서에 정확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 계약서는 무효,
덕분에 치히로는 그 곳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5.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의 속편?
설정 자료집에 보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 치히로는 모노노케 히메의 손녀딸이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글이 있다.
또,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석탄가루, 스스와타리(ススワタリ)가 등장하는데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데,
토토로에서 그리지 못한 지옥 순례 모험을 센과 치히로에서 조금 다르게, 이상한 세계를 방황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닌가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지난번 겨울 왕국에서도 미키마우스나 라푼젤 처럼 다른 디즈니 캐릭이 등장했었는데,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슷한 느낌으로 영화의 재미 요소로 나온게 아닌가 싶다.
6. 신들이 온천을 방문하는 것의 모티브는 실존하는 축제?
영화에서 등장하는 온천은 신들을 모시는, 신들이 방문하여 온천을 즐기는 온천 여관이다.
신이 온천을 즐긴다? 이런 특이한 설정의 모티브는 일본 나가노현의 시모츠키 마츠리에서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나가노현 남부 텐류강 유역 마을 '南信濃村, 天龍村'에서 전해지는 시모츠키 마츠리(霜月祭) 축제라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TV에서 이 축제의 존재를 하고 강한 영감을 받은듯 하다.
실제 인터뷰에서 시모츠키 축제를 언급한 적도 있었다.
7. 숨겨진 결말 스토리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일반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결말은, 치히로가 부모님과 터널을 빠져나와 차를 몰고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개봉 당시에도 일부 영화관에서만 상영되었다고 전해진다.
일부 영화관에서 공개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치히로가 차안에서, 처음 하고 있었던 머리핀과 달라져 있다는 것에 의아해한다 (왜 바뀌었는지 기억을 못한다)
- 새집으로 가는 도중, 언덕에서 이삿짐이 이미 도착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머니가 '이삿짐 사람들이 벌써 와버렸잖아요!' 하며 아버지에게 화를 낸다
- 새집에 도착한 뒤, 이사를 하는 인부 한명이 '이렇게 늦게 오시면 곤란합니다!' 라고 주의를 준다
- 치히로가 혼자서 무심코 새집 주변을 둘러보며 짧은 다리의 작은 시냇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 다리에서 강을 바라보던 치히로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이 강이 하쿠가 환생한 새로운 쉼터임을 깨달은 것처럼...
- 이렇게 영화는 마무리된다.
지금 이 마지막 장면이 왜 없었던 것처럼 아무에게도 공개가 되고 있지 않는 것일까?
위의 숨겨진 결말 스토리처럼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보다 현재 공개된 스토리처럼 끝부분을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려는 의도가 아닐까?
아무튼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도 공식적으로 공개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최근 재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지브리 영화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세계적으로도 팬이 많고 영향력이 있다.
아마도 영화의 재미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과 교훈을 가르쳐주어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있어서가 아닐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가지 비밀 이야기를 모아봤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모든 설들을 믿고 말고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혹시 다른 느낌, 감상평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다른 감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리뷰 이야기 > 애니&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고보면 더 재밌는 '겨울왕국(Frozen)'의 비밀 10가지! (2) 2014.03.28 【리뷰】디즈니 신작 '겨울왕국'의 조금 엉뚱한 후기 + 줄거리 (0) 2014.03.13 【드래곤볼Z】그 때 그 추억! 드래곤볼Z : 신들의 전쟁 개봉! (0) 2013.09.02 【바람 불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風立ちぬ(The Wind Rises, 2013) + OST 비행기 구름! ひこうき雲 (5) 2013.07.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