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무슨 말일까?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나도 몰랐던 한국어를 발견하고 배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는 참 어렵구나 하고 다시금 느끼곤 한다. 그래도 이번엔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담긴 속담을 들어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얼마전,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 하나가 '갈치'가 뭐냐며 질문을 해 왔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 갈치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갈치가 일본어로 뭐라고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아나고(장어) 같이 생기기도 했고, 일본의 꽁치(삼마 さんま)보다 길고... 결국 사전을 찾았더니 타치우오(タチウオ) 라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한테 말을 해줘도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요리를 즐겨하는 여자들이고 베테랑 주부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 사진을 보여주기로 하고 검색을 했더니, 이게 뭐냐며 징그럽게 생겼다며 본적도 없다고 딱잘라 말을 한다.

한국에서 갈치라면 흔히 가정식 밥상에 올라오는 흔한 식단인데 말이다. 한국어를 알려줄 때면 종종 이런 경우가 있는데 정말 난감하다. 

일본에도 있는 것인데 흔히 쓰이지 않는 관계로 사전 번역 혹은 이미지를 봐도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한국 고유의 것도 아니기에 그냥 단정 짓기도 어렵다.

결국 갈치는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생선, 꽁치와 비슷하게 생긴 바닷물고기, 조림이나 구이로 즐겨 먹는다는 등의 설명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갈치를 물어온데는 이유가 있었다.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

그 학생은 갈치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왔다. 갈치가 무엇인지 알고 나면 이 문장의 의미도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갈치가 무엇인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 이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갈치가 강아지들처럼 자기 꼬리를 물며 철없이 장난을 친다는 말일까? 자기 스스로 자기 꼬리를 물어 버리는 상황으로 자업자득같은 의미일까?

수만가지 생각이 스쳐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를 모르겠다. 결국 찾아봤더니, 이 말은 갈치의 습성을 보고 빗대어 생긴 속담이었다. 그러니 알리가 없지;;

갈치는 턱에 나 있는 날카로운 이빨로 정어리와 오징어, 전어,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 육식성 어류이다.

이러한 육식성 성향은 산란기가 되면 더 심해져 영양 보충을 위한 본능에 의해, 동료의 꼬리까지 끊어 먹는다고 한다.

이를 빗대어 동료끼리 서로 헐뜯고 모함하는 것을 두고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갈치에 관한 속담/관용구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칼잠도 원래는 갈치잠에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갈치는 꼬리 지느러미가 없는데다 그 끝이 가늘어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몸을 꼿꼿이 세운채 꼬리까지 뻗어있는 등지느러미로 헤엄친다. 그런데 잠을 잘 때도 이런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이를 빗대어 좁은 방에서 여럿이 몸을 옆으로 뉘어 불편하게 자는 잠을 두고 '갈치잠/칼잠' 이라고 한다. 

또, 아무리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두고 '갈치배'라고 하며, 섬처녀가 뭍으로 시집가지 못하는 것을 두고 '섬 큰애기 갈치 못 잊어 섬 못 떠난다'고 한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칼잠 - 아 귀여워~~♡>

갈치에 관한 말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내가 갈치를 별로 안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처음 들어보는 갈치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나라에는 갈치에 관한 말이 많이 있을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선, 식재료 중에 하나인데, 일본에서는 먹지 않는다는 것도 새롭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갈치를 많이 먹을까? 뼈가 있어서 그렇지, 살은 정말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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