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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일본인 직장 동료의 개념있는 역사 발언우리 이야기/내 이야기 2013. 8. 20. 08:00
얼마전 제 68주년 광복절이었죠.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
모두들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전 공휴일이 아니기에 회사에 출근을 했답니다. 평소처럼 점심을 먹는데, 한국어를 할 수있는 동료가 묻더군요.
한국어 동료 : 박상, 오늘 한국 무슨 날이에요? 한국 친구가 쉬는 날이라던데...
나 : 음...오늘은 광복절이에요. 무슨 날인지 알아요??
한국어 동료 : 아...알아요. 말 안해도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수의 일본인들 앞에서 한국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칫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서로 언급하지 않는게 좋다는 불문율 같은게 있는데,
눈치 빠른 동료는 주변 다른 일본인 동료를 의식해서 웃어 넘기며 다른 이야기로 화재를 바꾸려 한 그 순간!!
평소 눈치 없는 한류 팬 동료 한명이 이야기를 이어가더군요.
눈치없는동료 : 아! 저도 알아요. 지난번에 오봉야스미에 한국 갔을 때, 엄청 무섭고 곤란했어요.※ 일본의 오봉 야스미는 우리나라 추석처럼 연휴를 받는데, 매년 8월 15일경에 있다.
이렇게 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껄끄러운 한일 역사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동료1 : 저도 예전에 갔을 때 그런적 있어요. 한국 국기가 막 걸려있고 일본 잘못한 사진이 막 걸려있어서 엄청 무서웠어요.
동료2 : 저도 그런적 있어서 이제 오봉 야스미에는 한국 잘 안가요 ㅠ
동료3 : 진짜요?? 저는 안가봤는데 엄청 무섭네요.
무슨 한국을 얼마전 중국에서 일어난 폭동처럼 취급을 하더라구요.
물론 일본인을 싫어하는 감정은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화 시민으로써 해꼬지 하는 일은 없을텐데 말이죠.
같이 일하는 껄끄러운 일이 생길까봐 동료들과 한일간의 역사이야기는 안하려 했지만 보다 못한 제가 입을 열었답니다.
나 : 근데 근본적으로 일본이 침략을 하고 식민지로 해서, 약탈하고 괴롭히고 한 것이 잘못이죠.
그리고 그곳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에요. 자유와 주권을 되찾은거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위안부 할머니 일 알고 있어요?
일본이 잘못한 일에 대해 윗사람들이 합리화를 시키고 사과를 하지 않으니까 모든 일본인이 미움받곤 하는거에요.
순간 정적이 흐르더군요....'역시...' 하는 생각과 함께 '그만하자'라는 생각이 들던 순간.
다른 한 분의 50대정도 되는 어르신이 입을 여시더군요.
박군, 이야기 잘했네. 요즘 일본인들은 역사를 모르는 바카(바보)들이 많으니까...이해하라구...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TV에서 나오고, 자기들이 왜 그런 소리를 듣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내가 하와이에 있을때도, 12월 7일 진주만 사건이 있었던 날인데도 당당하게 거기서 사진을 찍고, 일본어로 떠들고 하는 바보들이 있었다니까!!
얼마나 한심해 보이던지....적어도 그런 날은 선조들의 잘못을 알고 조용히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한국에게도 그렇고 대만에게도 그래.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다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자 '일본 지배를 받을 때가 더 살기 좋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명 있다고 해서
그 나라를 지배했던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무지한 일본인이 있는 것 같아.
그걸 보고 대만은 고마워하는데, 한국은 적대시 한다고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일본인도 있구....
그 나라 문화를 말살시키려고 했던 일본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데 말이야. 잘못한건 잘못했다고 말하는게 맞아!
그리니까 그런 날, 한국에 간다면 조용히 다니는게 일본인으로써 당연한거야.
직접적으로 내가 잘못한건 아니지만, 우리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야!!
일본생활 전부하면 5년쯤 되는데, 일본인 입에서 이런 말을 들은 건 진짜 처음이었습니다.
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잘못을 사과하는...이런 일본인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지더군요.
한편, 이런 사람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저도 한마디 했답니다.
일본인 입에서 그런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네요.
그런 생각을 갖는 일본인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한국은 물론, 아까 말하신 하와이, 대만과도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거에요.
그 생각을 많은 일본인들에게 알려주세요!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그 후로 할아버지 동료분은 '그래 그러자!' 하시며 허허허 웃으셨고 모두 '몰랐어~ 그랬구나! 미안해요~' 라는 말을 몇마디 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화재는 일상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최소 그 이야기를 들은 직장 동료들 몇명이라도 한국에 대한 인식, 미안함이 조금은 생겼을꺼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올바른 역사관을 갖은 일본인들이 너무 적기 때문에 독도 망언을 하고, 역사 왜곡을 하는거겠죠.
무지한 사람들이 많을 뿐, 모두 나쁜놈들은 아니라는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중엔 생각이 열린 사람도 있다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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