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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일본 영사관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우리 이야기/일본 생활 2014. 5. 9. 08:00
세월호, 일본 영사관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지 약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기억하는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곳곳에 있는 한인 동포와 외국인들까지 해외 분향소를 설치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해외에 있는 대사관, 영사관 등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내가 지내고 있는 나고야 지역에 있는 '주 나고야 대한민국 총영사관'에도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1. 주나고야대한민국총영사관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분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를 위해 분향소를 공관 내에 설치하였습니다.
2. 이와 관련, 조의 표시를 희망하시는 재외동포 여러분들께서는 아래 안내를
참고, 당관을 방문하여 故人들의 명복을 빌어 주시길 바랍니다.
※ 분향소 운영 안내
ㅇ 기 간 : 4.28(월) ~ 경기도 안산지역 합동영결식 당일(미정)
ㅇ 시 간 : 09:00 ~ 17:00 (공휴일도 운영)
ㅇ 장 소 : 당관 1층
※ 참고사항
ㅇ 조의금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ㅇ 주차장 시설에 제약이 있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드림.아내의 비자신청을 겸해, 세월호 침몰 사고 분향소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10시경에 영사관을 찾았을 때는 인적이 드물었다. 피워진 향초 앞에서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조용히 묵념을 했다.
뭔가 가슴속에 뭉클함과 애잔함이 올라왔다. 배 안에서 춥고 무서워 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으로써 너무 미안했다.
이번 사고는 아이가 있는 부모라서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사고자 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다 알겠느냐만,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향소를 다녀왔다는 말을 누구에게 할 생각도, 그리고 인증샷을 찍어 보여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도중에 생각이 좀 바뀐 계기가 있었다.
11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갑자기 입구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약 10여명의 추모 행렬이 영사관으로 들어왔다. 정겨운 한국어가 들리며, 나고야에 살고 있는 재일 한국인, 한인 동포였다.
가장 선두에 선 분께서, 이곳이 맞다며 아직 분향 올릴 수 있다며 사람들을 부르자, 모두 한손에는 국화 꽃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측에 계신 한 한인분께서 하시는 한마디.
"여기 분향소 언제 세워졌어요? 나도 뉴스를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서, 꼭 찾고 싶었는데 없어서 한국까지 가려고 했었는데,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듣고 알았어요. 그래서 오늘 온거에요... 아직 모르는 한국인들 많을건데, 더 많이 알리고 해주세요~
이런 아픔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해야지, 이런 좋은 분향소 세워놓고 사람들이 몰라서 못오면 그것도 얼마나 마음 아픈일인데...
수고하시는 건 알지만, 더 많은 한인들이 알 수 있게 수고 좀 해주세요~"
난 계단 위에서 서류 신청을 대기하고 있었는데, 현관이 조용하고 울리는 탓에 그분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고 조금이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났다.
아직 모르고 있을 나고야에 있는 한인 동포, 혹은 외국에 계신 다른 분들이 내 블로그를 통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분향소 앞에 인사를 드리고 꽃을 헌화했다.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슬퍼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해외에서도,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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