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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또】일본식 청국장 낫또 적응기!우리 이야기/일본 생활 2013. 12. 17. 08:00
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날 듯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블로그를 읽으실 때 냄새는 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괜찮아요! ^^
청국장은 2-3일 정도 콩을 발효시켜 만든 식품으로 끈적끈적한 점진물과 함께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데요,
하지만 지독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즐겨 먹는 이유는 몸에 좋기 때문입니다. 물론 맛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구요~
몸에 어떻게 좋냐 하면!? 일반 콩에 비해 발효함으로써 소화 흡수율이 3배 가까이 상승하여 몸에 유익한 물질들을 많이 생산하는데,
특히 변비, 간암, 뇌졸증, 당뇨개선 등에 특효가 있으며 여성분들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냄새에 민감한 분들을 위해 냄새가 별로 안나는 건강식품으로 청국장을 가루로 만든 제품도 있다고 하죠?
왜 이렇게 청국장 얘기를 하느냐! 이와 아주 유사한, 아니 똑같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일본의 낫또랍니다.
<일본 아이돌도 즐겨먹는 낫또>
우리나라에서 청국장으로 만든 요리를 생각하면 청국장 국을 흔히들 생각하실 꺼에요. 저도 국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일본 낫또는 있는 그대로! 점액이 있는 상태의 콩 모양을 하고 있는 그대로를 먹는답니다!
우동이나 밥 등의 다른 요리에 얹어먹는 등 약간의 변형은 있으나 그대로의 생 청국장을 먹는답니다.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자면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식사로 낫또가 나왔던 날이었습니다.
일본은 반찬 자체가 적은거 많이 알고 계시죠? 반찬수 뿐만 아니라 양도 적은 편인데요, 보통 일본에서는 메인 요리하나에 반찬 두어가지가 나온답니다.
그런데, 이 메인 요리가 낫또였고 같이 나온건 김치와 일본식 생강(쇼가) 였어요. 어쩔수 없이 낫토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 ㅠㅠ
회사 식사 담당 아주머니께서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오늘 메뉴는 낫또야! 이건 우리 집 근처에서 30년째 미소(일본식 된장)와 낫또 등을 만드시는 장인집에서 받아온 거니까 아주 맛있을꺼야!!"
장인이 만든 낫또라... 그래서 일까 냄새가...지독했습니다. 저는 눈치만 보고 있었죠.
당시 쉐프로 있던 일본인 간부 한분이 낫또를 멀리 두고, 밥에 김치와 생강으로만 먹고 있더군요! 그걸 본 아주머니 왈!
"여! 쉐프! 당신도 예외는 없어! 꼭 다 먹으라구! 편식하면 못써!"
"아주머니 저 낫또 못 먹는거 아시자나요...ㅠ"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걸로 가져왔어 가리지 말고 먹어봐! 일본인이 낫또를 못 먹어서 되겠어!?"
아... 일본인이라도 다 좋아하고 잘 먹는건 아니구나! 하고 이 날 처음 알았답니다. 일본인들은 당연히 낫또를 즐겨먹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엔 이렇게 들어있어요>
화살은 저에게 돌아와서 먹어보라는 아주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한입 넣었답니다.
"웩~~~!!"
정말...진짜...도저히... 삼키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이 강하고도 지독한 냄새에 차마 삼키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서 뱉어버렸답니다.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듯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시며...
"그래...입에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 박군은 그냥 김치에 먹도록 해...그래도 다음엔 꼭 먹어봐~"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 한가득이었지만, 정말 도저히 못 삼키겠더라구요.
"아주머니 죄송해요..."
"아냐 못 먹는걸 준비해서 맛 없는 점심이 되게 해서 내가 미안하지..."
이 말 한마디를 남긴 뒤, 달랑 김치 하나에 밥을 먹어야 했답니다. 저 이외에도 쉐프와 다른 두세명의 동료들도 남겼답니다.
이게 제 첫 낫또 체험기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주머니는 다시 낫또를 사가지고 오셨답니다. 일본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있기 때문에, 한번 못 먹은 음식을 다시 내놓거나 하지 않겠지만,
제가 그 당시 있었던 곳은 오사카! 오사카 아주머니는 한국의 아주머니와 몹시 닮아 있어 그런거 없답니다! 걍 무대포!!
어머니의 마음으로 몸에 좋은 이 음식을 꼭 먹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또 낫또를 준비하신 겁니다.
그래도 저번의 그 일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낫또는 서브 메뉴로 준비하시고, 일본식 젓갈도 함께 준비해 주셨답니다.
"오늘 메뉴는 낫또인데, 혹시 정 못먹겠는 사람은 이 젓갈에 먹도록 해! 근데, 오늘 낫또는 냄새가 거의 없는 낫또야! 그러니까 일단 한번 먹어봐!!"
냄새가 없는 낫또? 냄새 없는 청국장이라는 말인가...? 반신 반의 하면서 뚜껑을 열었더니 정말로 냄새가 안나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식 낫또 먹는 법 소개!
1. 보통 팩에 들어있는 낫또의 뚜껑을 연다.
2. 낫또 위에는 비닐이 씌워져있고, 그 위에 소스를 확인한다. (보통 일본식 달달한 간장 맛의 낫또 타레과 머스타드 소스)
3. 취향에 따라 소스를 뿌린 뒤, 마구마구 저어가며 비벼준다. 점액이 있어서 잘 비벼진답니다.
4. 젓가락으로 한웅큼 떠서 입에 넣고, 끈적끈적한 점액은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며 끊어준다.
5. 취향에 따라 파, 소금, 배추 등을 곁들여 맛있게 먹는다! 그래도 냄새가 심하다 싶으면...꿀꺽 삼킨다! (저도 처음엔 삼켰었다죠 ㅋㅋ)
<낫또 비비기 어플이 있을 정도...>
다시 낫또 시식기로 돌아와서, 아주머니가 준비해준 낫또에 소스를 넣고 비볐더니 정말 냄새 하나 없더군요!!
맛도 된장이나 쌈장 맛이 나면서 제법 먹을만 하더라구요!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맛있는 척(?) 하며 꿀꺽꿀꺽 먹었더니 아주머니가 흐뭇해하시면서
"박군! 맛있지? 일본 아이들도 처음 낫또를 먹을 때는 이렇게 냄새 없는걸로 먹기 시작해!"
그렇구나... 우리나라 아이들이 김치를 처음엔 물에 씻어 먹는 것처럼 일본 아이들도 냄새 없는 낫또부터 시작해서 적응을 하는 거였구나...
솔직히 말해서 이 때까지만 해도 별로 맛은 모르겠고, 냄새가 없으니 넘길 수 있었고 미안한 마음에 맛있는 척 먹었답니다.
그리곤 당당하게 낫또를 못 먹는 쉐프를 포함한 일본인들에게 말했죠!
"한국인인 저도 못먹는데 일본인이 이런 것도 못먹어요~? 하하하!!"
모두 '스고이~스고이~(대단해)' 하면서 박수까지 쳐주더군요. 무엇보다도 흐뭇해 하시는 아주머니!!
이렇게 저는 낫또의 세계로 빠져들었답니다! ㅋㅋㅋㅋ
<낫또 우동이랍니다~! >
지금은 어떻냐구요? 2주에 한두번씩은 낫또를 먹을 정도로 제법 마니아가 되었답니다!
뭐랄까, 맛도 맛이지만 끈적끈적하면서 입에 촥촥 달라 붙는 그 재미가 있어요. 또 몸에 좋다고 하니까요 ^^
제가 원래 편식은 안하는 편이라서 정말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에 낫또도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진짜 먹어보면 맛도 있어요~
혹시 몸 생각해서 청국장을 먹어야겠는데 냄새 때문에 못먹겠다 하시는 분, 아이에게 먹이시려는 어머님들, 일본 여행 혹은 생활하시는 분들!!
냄새 없는 낫또로 낫또/청국장을 한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먹다보면...못 끊어요! 그리고 건강도 챙기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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