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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 박준리뷰 이야기/책 2013. 12. 5. 11:00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일인데, 책장을 보니 책이 제법 많이 늘어있었다. 동생이 한두권씩 책을 늘리고 있다고 하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지금 출근하는데 근처에 사는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며 차를 얻어타고 있다고 한다.
상대방은 어차피 가는 길이라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신세를 지고 있기에 적은 돈이지만 매달 조금씩 챙겨드리고 있다고 한다.
그럼 상대 직장 동료도 어김없이, 뭘 이런걸 주냐고 괜찮다고 거절하다가 돈을 받으면 다음날 쯤 책을 사서 선물해 준다고 한다.
그렇게 매달 한두권씩 책을 선물 받고 선물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훈훈한 동료애인지... 한편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책장에 메워진 책들을 바라보다가 'On the Road' 라고 쓰여진 이 책을 발견하고 뽑아 보았다.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책 겉표지를 보는 순간, 뭔지 모를 두근거림이 밀려왔다. 책 제목과 그 아래있는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탁 트이고 뭔가 흥분되는 감정이 생겼다.
그대로 서서 책을 잠깐 읽어보았는데, 작가는 카오산에서 만난 장기 여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항상 여행에 대한 갈망이랄까, 열망이랄까,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 읽는 그 순간에도 흥분되었다.
'동생아, 너 이책 다 봤냐? 나 이거 일본에 가져가서 봐도 돼?'
'어? 그거? 응, 보다 말았는데...그냥 가져가도 돼'
왜 읽다 말았냐는 내 질문에, 동생은 자기에게는 잘 안맞다며 나는 아직 여행보다는 현실이 먼저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으로 들어왔다.
일본에 돌아와 전에 읽던 책을 마저 읽은 뒤, 바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EBS의 <열린 다큐멘터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카오산을 방문했다. 처음엔 카오산에 대해 소개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계획이 바뀌었다.
카오산의 좋은 점, 그리고 여행의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해서는 카오산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카오산을 찾은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생각은 옳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책을 읽는 동안 여행자들의 말로 여행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났다.
책에서는 주로 장기 여행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여행을 시작한 계기, 여행지 이야기, 힘들었던 점, 기억에 남는 일, 특히 여행으로 얻은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여행에 대해 좋았던 점을 강조하면서 독자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좀 늦은 나이에 일본을 겪으면서 주변사람들에게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워킹 비자나 유학등으로 외국을 경험해보라고 권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와 말에 적극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좋은걸 왜 안해? 모르고 있는 독자들도 모두 여행을 하자! 꼭 해봐!'
17세의 학교를 자퇴하고 여행 중인 이산하 양부터 제과점을 하다가 부부 여행을 떠난 김선우 57세 서명희 55세 부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이 책이 만들어진게 2005년? 2006년 경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미 7-8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다만, 17세 소녀였던 이산하 양은 지금쯤 숙녀가 되어있을텐데...어떻게 지내고 있을지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난 여행의 목적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감이 갔던 말을 소개한다.
언젠가 벨기에 남자와 얘기한 적 있는데 그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 세계가 평화로워질거라고 했어. 왜냐하면 다른나라의 문화나 관습 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면 최소한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 다른문화를 내가 받아들이건 안 받 아들이건 중요한 게 아니야.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게 중요하지. 세상에는 다 이유가 있어. (- 트레이시아 버튼 28세, 자메이카 인터뷰 중에서)
언젠가 일본 야구팀 주장이었던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한국팀을 상대로 시합을 앞두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팀이 일본팀을 이기려면 100년은 이르다'
이 말은 한 때,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부 기자들에 의해 헤드라인에 오르며 비판의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일본어 관용구, 속담으로 일본에서는 자주 쓰이는 말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주장으로써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박지성은 인터뷰 중에도 상대를 도발하거나 하는 발언을 잘 하진 않지만, 다른 대표팀들의 국제 경기 A매치 전에는 강한 인터뷰를 종종 하곤 한다.
또, '100년은 이르다'는 일본식 표현을 직역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이해하고 나서 비판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기 위해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여행을 한다.
책에서는 여행을 하는 것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고 했다.
다시 돌아와 더 나은, 더 행복한,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여행을 떠다는 거지, 현실에서 영원히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을 열어보기 전에는 문을 연다는 게 어려울지 쉬울지 알 수 없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건 내 앞에 놓인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다. (311쪽)
작가는 모든 독자, 모든 사람들이 여행의 문을 열어보기를 권하고 있다. 어쩌면 내 동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이 문을 열 용기가 없어 책을 덮어버린걸지도 모르겠다.
"Go with the flow."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두고 따르라...아마도 당분간 나는 여행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면 카오산으로 가고 싶다.
카오산 로드 홈페이지 : http://www.khaosanroad.com
- On The Road
- 국내도서
- 저자 : 박준
- 출판 : 넥서스BOOKS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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