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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일본 문화우리 이야기/일본 생활 2014. 4. 1. 08:00
만우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일본 문화
오늘은 모두 피노키오가 되는 즐거운 만우절이네요~ ㅋㅋ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 가족들한테 만우절 거짓말에 시달리곤 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게 예전에 평소 사이 좋으신 두 부모님께서 싸우셨다며 이혼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셔서 고생했던게 아직도 안 잊혀지네요.
평소 그런 농담을 잘 안하시는 분들이라 깜빡 속았었죠.
작년엔 저도 부모님께 둘째가 생겼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아내의 방해로 들켜버렸지만요 ㅋ 올해에는 어떤 거짓말을 해볼까~ 흐흐흐
한국에서는 한자어를 사용해 만우절(萬愚節)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영어를 빌려와 에이프릴 풀(April fool/エイプリルフール/エープリルフール)이라고 합니다.
근데 일본에 산지 약 4년정도 됐지만, 생각해보니 일본인들에게 심한 거짓말 장난을 당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눈에 뻔히 보이는, 별로 크지 않은, 어떻게 보면 싱거울 수 있는 정도의 거짓말만 한답니다.
일본의 한 여론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만우절에 거짓말을 한적이 있나?' 라는 질문에 전체의 1/6 정도인 15.9%만 '있다' 라고 응답을 했습니다.
또, 거짓말에 속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고작 35% 정도이고, '없다'가 39.5%로 더 높았습니다.
거짓말에 성공한 사람은 고작 16%에 그쳐 성공률이 무척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공한 거짓말의 예를 보면 무척이나 싱거운 거짓말 투성입니다.
아침에 아버지에게 '눈이 오고 있다'라는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20살/여성)
초등학생 때 어머니에게 이사가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짐을 꾸린 적이 있다(46세/여성)
오늘 회사 쉬는 날이야라고 해서 지각한 적이 있다(28살/여성)
대충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가볍게 웃어 넘길만한, 잘 속기 어려운 가벼운 거짓말이 많았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중에 웃어버려서 들켰다 (30대/여성)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미안해져서 사실대로 말해버렸다(60대/남성)
별로 믿는 거 같지 않는 눈치라 사실대로 말해줬다(20대/여성)
일본 문화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상대방과의 신뢰라는 덕목을 아주 중요시 하기 때문에, 만우절이라는 특별한 날일지라도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13 구글 만우절 보물지도>
그래도 일본은 이런 특별한 날에 대해 굉장히 의미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심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쇼핑몰이나 게임회사 등에서는 만우절 기념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입니다.
제 기억에 가장 남는 해프닝으로는 2000년부터 매년 해오고 있는 구글(Google)의 만우절 장난인데요,
사투리 번역, 지메일 모션 인식(행동 인식), 날씨 통제, 8BIT 구글 맵, 냄새 인식, 보물지도 등 매년 재미있는 이벤트를 보여주고 있죠.
올해는 어떤 거짓말로 웃음을 줄지 기대가 됩니다. 또, 저는 우리 가족들에게 어떤 거짓말을 할까 고민중이에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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